“동행으로 행복한 삶”이라는 슬로건부터, 시설에서 생활하던 발달장애인이 언니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박능후보건복지부 장관의 기념사에서도 역시 ‘탈시설’이 공통으로 등장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 볼룸에서 ‘제38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정숙 여사, 보건복지부박능후 장관, 장애인복지 분야 유공자, 장애인단체 임직원, 장애인과 가족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 김정숙 여사가 장애인의 날 기념식후 한국장애인개발원 중증장애인채용카페 ‘카페 아이갓에브리씽’ 부스의 장애인 당사자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한국장애인개발원
이번 ‘장애인의 날’ 슬로건은 “동행으로 행복한 삶”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지 않으며, 함께 걸어갈 때 결국 모두에게 행복하다는 의미다. 이는 장애인단체 워크숍을 통해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공개된 기념 동영상은 18년 동안 시설에서 생활하던 동생 장혜정 씨가 언니 장혜영 씨와 함께 웃고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탈시설’ 의미를 영상으로 담아냈다.
혜영 씨의 한 살 어린 동생 혜정 씨는 중증발달장애인으로, 13세부터 18년 동안 산속에 있는 장애인수용시설에서 살아왔다.
혜영 씨는 누군가 나에게 와서 ‘너는 낯선 공간에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살아야 한다. 그걸 거절할 권리는 너에게 없다’는 끔찍한 일이 실제 동생에게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에 18년 만에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30살이 넘어서 시설에 나온 혜정 씨와 혜영 씨 자매는 친구들 만나기, 장보기 등 그동안 하고 싶었던 지극히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혜영 씨는 “아직 이 세상에서 혜정이가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마음이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혜영, 혜정 자매의 꿈은 “무사히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또 하기 싫은 일들은 안 하며,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동영상 말미에는 혜영 씨 자매가 자신의 소망을 노래한다. 지역사회에서 죽임당하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 바로 이날 기념식의 주제 ‘탈시설’이다.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한국장애인개발원
이날 기념식에서 기념사와 인사말을 한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복지부 박능후 장관의 발언에서도 ‘탈시설’은 빠지지 않았다.
김정숙 여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한 시설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사회에 함께 살면서 차이를 차이라도 인식하지 못하고,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를 만드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 또한 제5차 장애인 정책종합계획을 언급하며 “그동안 숙원이었던 장애등급제 폐지와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탈시설 지원 정책 등이 담겼다”면서 “충실히 이행된다면 시설중심에서 탈시설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되고 지역사회에서 어려움 없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보다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탈시설의 중요성을 짚었다.
▲ 대통령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한국장애인개발원
더불어 이날 기념식에는 국민훈장 4명, 국민포장 3명, 대통령표창 5명, 국무총리 표창 4명, 장관표창 50명 등 총 66명이 유공자 표창을 받았다.
‘올해의 장애인상’에는 김소영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차장, 김병호 삼성전자 과장, 황해원 대구광역시 남구청 지방식품위생서기 등 3명이 수상했다.
또한 평창 동계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신의현 선수와 딸 신은겸 양과 함께 장애인 인권헌장을 낭독하기도 했다.
▲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자 김소영(한국척수장애인협회 차장) 씨가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상을 받고 있다.ⓒ한국장애인개발원
한편,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진행되는 장애인주간에는 각 시·도 및 장애인단체 별로 장애인식개선 캠페인과 전시회 등 각종 문화·체육 행사가 진행된다.
먼저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마당에서 ‘제38회 장애인의 날 기념 야외 축하행사’가 열린다.
이어 24일 전국뇌성마비인 축구대회, 25일 서울발달장애인 사생대회, 28일 서울국제휠체어 마라톤대회 등이 이어질 계획이다.
▲ 평창동계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신의현 선수가 딸 은겸 양과 함께 제38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장애인인권헌장을 대표낭독하고 있다.ⓒ한국장애인개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