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과정
김영란 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안자의 이름을 따 부르는 말이다. 2010년 '스폰서 검사'각주주) 와 2011년 '벤츠 여검사'각주주) 사건을 계기로 기존의 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이다. 이들 사건이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잇달아 무죄가 선고되자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금품을 받으면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2011년 6월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공정사회 구현, 국민과 함게 하는 청렴 확산 방안'을 보고하며 처음 제안했다. 애초 대상은 판검사 등을 포함한 공무원으로 한정됐다. 2012년 8월 권익위는 공직자가 금품 등을 100만 원 초과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받는 내용의 원안을 입법 예고했다.
권익위의 입법 예고 직후 법무부 등 부처 간 이견으로 진통을 겪었고, 2013년 7월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나 국회 제출 이후에도 '법의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위헌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듭 표류했다. 그러다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문제가 대두되고, 부정부패 척결 여론이 높아지자 새롭게 주목받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조속한 법안 처리를 국회에 요구했다.
2015년 1월 정무위가 법안 처리에 나섰으나 제재 대상에 언론사와 사립학교를 포함하면서 '공무원 등 공공기관 종사자'에 포함되지 않는 직군이 무리하게 포함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김영란법의 한 축이었던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법안에서 빠졌다. 김영란법은 2015년 3월 3일 국회를 통과했다.
제안자: 김영란
이 법의 첫 제안자인 김영란 전 대법관은 대한민국 사법 사상 첫 여성 대법관이다. 대법관 임명 당시 16년만의 40대 대법관이자 사법연수원 기수에 따른 연공서열을 10년 이상 뛰어넘은 파격인사로 화제가 됐다. 여성의 종중원 자격을 인정하고 호주제와 사형제에 반대하며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했다. 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신장하려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란은 대법관 퇴임 당시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대법관 경험을 살려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선언해 ‘전관예우’ 관행이 만연한 법조계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그는 퇴임 이후 서강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강단에 섰다. 김영란은 2012년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내용
'직무 관련성’ 관계없이 금품수수 처벌
김영란 법의 핵심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는 데 있다. 이는 기존의 형법상 뇌물죄보다 한층 강화된 것으로, 그동안에는 ‘스폰서 검사'나 ‘벤츠 여검사’ 사건에서처럼 공직자가 금품 수수를 했더라도 공직자의 직무와 상관이 없다며 무죄 판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김영란 법에서는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와 관련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하도록 했다.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의 경우에는 직무관련성을 따져 해당되는 경우만 과태료(2배 이상 5배 이하)를 물게 된다. 또 금품을 제공한 사람도 똑같이 처벌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반부패법도 직무관련성 여부를 묻지 않고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 제209조에 따라 공직자가 정부 외로부터 금품 등을 수수하면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한다. 이 법은 제공자가 아무런 청탁을 하지 않고 단순히 금품 등을 제공한 경우에도 처벌한다.
이에 더해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를 통한 금품수수도 금지했다.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상관있는 금품을 수수한 경우 공직자가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공직자가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공직자들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아는 즉시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해야만 하며, 신고하면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부과 등을 감경, 면제받을 수 있다.
식사 기준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식대·경조사비 등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금품의 범위는 시행령으로 정해진다. 국민권익위원회는 5월 9일 내놓은 시행령안에서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 원이 넘는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단체로 식사 대접을 받았을 경우 1인당 접대 비용은 n분의 1로 상한 여부를 따진다.
또 선물 금액은 5만원 이내로, 경조사비 상한액은 10만 원 이내로 제한했다. 경조사비에는 경조사 목적으로 보내는 화환이 포함되며, 경조사 목적이 아닌 승진 선물 등으로 화환을 보낸다면 5만원의 선물 기준이 적용된다.
외부 강의에 대한 상한액도 설정했다. 공직자의 경우, 장관급은 원고료를 포함해 시간당 40만 원, 차관급은 30만 원, 4급 이상은 23만 원, 5급 이하는 12만 원을 상한액으로 정했다.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에는 민간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직급별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 원까지 사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권익위가 내놓은 시행령안은 기존의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보다 완화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현재 행동강령은 선물 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시행령에서는 5만원 한도로 허용해 촌지 수수가 여전히 나타날 수 있고, 경조사비는 행동강령의 5만원보다 2배인 10만원으로 늘어났다. 음식물 접대는 3만원으로 동일하다.
부정청탁, 돈이 오가지 않아도 처벌
김영란법은 부정청탁과 관련한 처벌 규정도 강화했다. 기존에는 형법 130조에 따라 부정청탁의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경우에만 뇌물수수, 배임수재 등으로 처벌했으나 김영란 법은 돈이 오가지 않은 부정청탁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부정청탁의 사례를 △인·허가 등에서 법령을 위반한 청탁 △입찰 경매 등 직무상 비밀 누설 요구 등 15가지로 제시했으며, 공직자가 이를 들어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부정청탁을 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은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의 경우만 정했다. 본인이 직접 청탁하는 사례까지 금지하는 것은 합법적인 민원제기까지 가로막을 위험이 크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당사자가 제3자를 통해 공직자에게 부정 청탁했을 경우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하고, 이때 제3자가 공직자일 경우 제3자도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당사자가 제3자를 위해 공직자에게 청탁하면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논란
국회 통과 이후에도 김영란법을 둘러싸고 강한 찬반 논란이 일었다. 이 법으로 인해 식사 대접, 명절 선물 등이 위축되어 내수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발과 '부패 척결'이라는 법 취지를 지켜야 한다는 찬성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를 반영하듯 법 제정 후 시행령이 나오는데 보통 몇 개월이 걸리는 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법 통과 이후 1년 2개월 만인 2016년 5월 9일에야 시행령 안을 내놓았다.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
헌법재판소는 2016년 7월 28일 '김영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놨다. 헌재는 4개 쟁점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법 적용대상에 포함한 것에 대해서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그 파급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라며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법 적용대상에 포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가권력에 의해 청탁금지법이 남용될 경우 언론의 자유나 사학의 자유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소지는 있다"면서도 "이 문제는 과도기적인 사실상의 우려에 불과하며,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직접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사학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할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배우자가 법이 금지한 금품을 수수한 경우 법 적용 대상자가 이를 신고하도록 한 조항도 "배우자를 통해 부정적 영향을 끼치려는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려는 정당한 입법목적이 있다"며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관 의견은 5대 4로 갈렸으나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신고와 제재 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어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재판관 4명 (이정미·김이수·김창종·안창호)은 “신고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은 우리 형사법체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입법형태이고, 책임에 상응하지 않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므로 균형을 잃은 과잉입법”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과 외부강의 사례금의 가액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정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의 변화에 대응하여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탄력성이 있는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에 대해 재판관 4명(이정미·김이수·안창호·김창종)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책 형성 기능인 만큼 입법부가 담당해 법률의 형식으로서 수행해야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개념과 규제 유형이 명확한지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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